2024.05.16 (목)
[당진일보]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지난 11일 기구 낙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이윤추구에 급급한 현대제철의 조직문화가 재해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며 엄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아래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당진공장 1후판 46호기 크레인에 매달린 무게 약 3kg 가량의 풋 사이렌(운전 중임을 알리는 경보장치)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생겼다. 마침 현장엔 노동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지회는 “지상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비슷한 사고에 대비해 추가 방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원청인 현대제철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제철이 이번 사고가 전 공정 크레인에 대한 급박한 위험으로 볼 수 없다며 고용노동청 감독관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는 게 비정규직 지회의 주장이다.
재해 근본 원인은 후진적 조직문화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2일엔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노동자 한 명이 아연이 가득 담겨있는 포트 안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이 사망사고 역시 현대제철의 조직문화를 근본 원인으로 진단했다.
사고는 1냉연공장에서 생겼다. 작업 중 숨진 노동자 A 씨는 아연 액체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포트에 추락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설비개선과 2인 1조 근무 원칙만 지켜졌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면서 “수차례 현대제철 측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가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 사고현장의 개구부에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를 설치해야 했지만 사고현장에는 추락방지를 위한 위의 방호 조치들이 전혀 이루어져있지 않았고 ▲ 사고 공정의 가동률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사측은 인원투입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하여 단독작업방식을 유지한 게 사고 원인이었다고 결론내렸다.
현대제철이 편법을 쓴 정황도 발견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는 도금작업과 수은 납 또는 카드륨을 제련, 주입, 가공하고 가열하는 작업에 대해선 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즉, 정규직 노동자가 해당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숨진 A 씨는 무기계약직임이었음이 고용계약서를 통해 확인됐다. 계약서는 A 씨의 계약기간을 2020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로 했으나 근로계약해지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고용을 보장한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무기계약직인 셈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은 우대조건을 제시하며 55세 이상 노동자를 모집했고, 포장 공정에서 일하던 A 씨는 여기에 응모해 채용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채용관행은 편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산업안전법이 도금작업 외주화를 금지한 건 이 작업이 원청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위험작업이라는 취지였지만 현대제철은 이들을 온전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해당 공정의 위험은 여전히 관리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제철 측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안전보건팀 담당자에게 사측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상생소통팀 담당자에게 재차 입장을 물었지만 묵묵부답이다.
관할관청인 고용노동청 역시 미온적이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은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냉연공장 6개소에 대해 명령 해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17일 심의위를 열어 사고 현장 1곳을 제외한 5개소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천안지청은 사망사건 수사 경과에 대해선 “해당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다루는 사안이라 대전지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에서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대전지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는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비정규직지회 측은 “14일 기준 올해 보고된 사건사고만 18건이다. 그러나 사측과 관계기관 모두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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